‘나의 드라마 기획PD 일대기’로 당차게 잠들어있던 블로그의 부활을 꿈꿨으나… 게으른 굼벵이는 몇 주 만에 다시 꿈지럭꿈지럭 돌아왔슴다

몇 주째 조금씩 임시저장 글을 쓰고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나의 여정이 생각보다 길고도 다사다난했기에… 늘 추억회상의 늪에 빠져버리고야 말았따… ㅎ
아직 1/1000000000000도 쓰지 못한 어마무시한 임시저장글…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끄적끄적 조금씩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요즘 나의, 우리 팀의 키워드는 “편성”
드라마 기획PD의 가장 분명한 목표가 뭔가?
라면 단연코 편성이다.
일단 편성에 들어가야 제작이 되고,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사전제작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모로 수익성을 점치기에는 너무 위험한 방법이다. 그것도 드라마업계가 꽁꽁 얼어붙은 요즘같은 때에는)
하지만 문제는…
작고 소중한 신생 제작사에게 편성은 유니콘이라는 점…! 물론 규모가 큰 회사라고 편성이 무조건 프리패스라는 말은 아니다.
한 작품이 편성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1. 새끈후킹한 소재
2. 매력적인 캐릭터
3. 편성을 위한 1~4부 내용의 몰입도
4. 소재의 시의성
5. 캐스팅
6. 1~4를 지치지 않고 n번째 엎었다 써도 끄떡없는 작가님의 정신력
7. 5를 가능하게 할 1~4번이 충족된 대본과 제작사의 능력
8. 때로는 치얼업을, 때로는 “너 T발 C야?” 소리 들을지언정 날카롭게 피드백하는 기획팀
9. 8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작가님의 멘탈
10. 방영되는 드라마와 소재 겹치지 않기 (겹쳐져서 엎는 경우도 부지기수… 생각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을 수 있다)
11. 영상화에 적합한 웹툰, 웹소설 등을 알아보는 기획팀의 능력
12. 11번을 위한 기획피디들의 눈건강과 튼튼한 허리
13. 11번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캐치해서 플랫폼에 컨택하는 민첩함
14. 대형 플랫폼에서는 13이 안되므로 보통 비딩이 들어가므로 누구보다 빠르고 차별화되게 기획제안서를 만들 수 있는 능력
15. 자본력
16. 작가의 이름값 (슬프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 더 크게 작용한다… 이제 코로나 버블기는 안녕)
17. 채널에서 찾고있는 소재, 장르를 타이밍맞게 들이밀 수 있는 민첩함
(OTT 황금기 시절의 스릴러 장르 천국 생각하고 스릴러만 기획하다간 들이밀지도 못할 수도 있다)
등등등…
이외에도 수많은 조건들과 타이밍, 운이 맞아야 편성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존재한다고 듣긴했지만,
실체를 본 적이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가 편성이 아닐까 싶다.
가장 힘빠지는 건, 사실 이 과정에서 기획PD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신경써서 모든 걸 해내야 하는 역할이 기획PD다. 그래서 어렵다.
PD처럼 프로젝트를 넓게 보고 작가가 가는 길을 알려주면서도 동시에 작가보다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자유롭고 예술적인 일을 하는 것 뿐이지만 여느 회사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느껴질 때도 있고.
작가라는 직군이 가질 수밖에 없는 예민함을 어느정도 융화시켜야 하는 역할도 해야하고.
결정권자와 작가 사이에 끼어서 눈치9단이 되어야 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5-6개씩 맡으면서 자료조사, 피드백, 회의 등등 기획 전반의 모든 일들을 해내야하고.
때로는 영업에 나서야 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1년 가까이 끌고오던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실 1년 만이면 다행인 편)
그러다보니 치얼업하며 부스터 올리던 기획PD에게
번아웃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오태식이다…